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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환자를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 <더 파더>(The Father, 2020년) 포스터. 영화의 제작진, 배우에 대하여 소개하고 특징과 주관적인 감상을 남기려고 한다.
소개
이 영화 감독 플로리앙 젤레르는 극작가, 소설가로 활동하다가 <더 파더>를 통해 처음 감독으로 데뷔했다. '알츠하이머'라는 어둡고 어떻게 보면 진부할 수 있는 소재로 그는 데뷔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각색상, 영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각색상 등 각종 권위있는 상을 휩쓸며 주목을 받았다. 원작은 희곡이었으며 연극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브로드웨이, 대한민국에서도 무대에 올려진 바 있다. 감독은 첫 영화부터 안소니 홉킨스라는 대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는데 시나리오로 각색하기 시작할 때 이미 안소니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한다. 주인공의 이름도 안소니, 나이도 배우와 같은 82세로 설정했다. 당시 82세였던 안소니 홉킨스는 이 영화에 흔쾌히 출연했다. 배우 자신의 아버지가 치매는 아니었지만 사고를 당한 후 기억을 잃어가는 병에 걸려서 공포스러웠던 기억이 있다며 아버지를 떠올리며 연기를 해서 연기가 쉬웠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고 한다. 정말 어메이징한 배우다. 이미 영화<양들의 침묵>(1991년)으로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그는 29년 후 82세의 나이에도 다시 한 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당연히 수긍이 되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알츠하이머 환자를 가까이서 본 입장에서 더욱 인정한다.
특징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안소니는 한 가정의 아버지다. 그에게는 두 딸이 있(었)는데 그 중 큰 딸 앤(올리비아 콜맨,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경력 배우)과 딸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원래 연극공연을 위한 희곡을 영화로 각색해서 그런지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 소품, 장면 전환 등이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연극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런 영화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신선하고 좋은데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곤 한다. 이 영화를 스릴러 영화로 소개하는 평론(유튜버)이 있는데 주인공의 심리에 따라 달라지는 내용 때문에 그렇게 볼수도 있다. 시간에 따른 내용의 흐름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주인공이 그 날 그 날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시선과 심리에 따라 사건과 인물을 바라보기에 영화를 보는 관객도 함께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한 번 이 영화를 보고나면 '내가 지금 도대체 무엇을 본 거지?' 느낄 수 있다. 안소니는 딸이 파리에 갔다가 딸의 남자친구(남편)와 함께 한 집에 살며 갈등을 느끼기도 하고 새로 오게 된 간병인을 보며 지금은 살아있는지 아닌지 알수 없는 둘째딸을 떠올리는 이야기도 나온다. 치매를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고 자기 것을 빼앗으려는 것 아닌지 두려워하는 장면도 그린다. 갑자기 주인공은 병원에서 둘째딸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두려워하기도 하고 함께 살던 큰 딸 앤이 자기 때문에 사위와 다투는 장면도 목격한다. 어느날 딸 앤은 남편없이 살아가기도 한다.
주관적인 감상
수많은 치매인, 알츠하이머 관련 영화 중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치매인 본인의 입장에서 그렸기 때문이다. 이 리뷰를 쓰기 전 알츠하이머에 관한 다른 영화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중에 내가 본 영화는 <스틸 앨리스>였다. 스틸 앨리스는 조기 치매를 앓게 된 언어학자의 이야기다. 알츠하이머에 관심이 있지만 다른 영화(특히 한국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가족 입장에서 말하고 너무나 신파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달 동안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혈관성, 알콜성, 파킨슨성,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분들을 가까이서 본 입장에서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한 이 영화가 정말 알츠하이머 환지 입장에서 리얼리티를 살린 영화라고 본다. 매일 아침 출근하듯 일정한 시간에 주간보호센터에 와서 같은 일정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정해진 시간에 간식을 먹고, 식사를 하지만 그 분들에게 센터로 오는 길과 센터는 늘 새로운 곳이었다. 외관상으로 치매가 없어 보이는 분들도 매일, 매시마다 같은 질문을 하기도 하셨다. 같은 분에게 "몇 살이야? 결혼은 했어? 신랑은 뭐해?"라는 똑같은 레파토리의 질문와 반응을 매일, 매시마다 들었던 실습생들이 있었다. 알츠하이머가 특히 심하셨던 두 분은 "여기가 어디예요? 저는 누구예요?"라고 질문하면 "몰라"라고 대답했다. 내가 특별히 가까이했던 96세 어르신은 "나를 아침부터 사람들이 여기로 끌고 왔어..난 끌려왔어. 난 집에 밥해주러 가야해. " 또는 "여기가 우리집이야", 한참 대화하고 난 후 "너는 누구야" 질문하기도 하셨다. 자신을 매일마다 픽업하고 라이드 해주는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보고 "저 이는 누구야?"라고 묻기도 했다. 가끔 정신이 돌아올 때 무척 혼란스러워하시며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생각해보니까 내가 정신이 없는 것 같아."라고 말씀하신 날도 있었다. 본인이 늘 앉아있는 소파를 가리키며 "이거 내가 사온 거야." , "우리집이 여기만큼(350평이다) 커.." , "우리 오빠가 여기에 왔어", "우리 엄마가 나한테 이 놈의 지지배야 라고 했어..엄마는 우리 집에 있지." , "우리집에는 여편네들이 드글드글해..(아마도 주간보호센터를 집으로 착각하신 듯 하다)".정말 증상이 심한 날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무슨 말을 해도 "몰라"라고 대답하며 본인도 혼란스러움을 나타내셨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분들을 만나고 난 후 이 영화는 나에게 스릴러가 아니라 현실이며 이 영화를 보며 느낀 혼란스러움은 바로 알츠하이머 환자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을 잃고 내가 어딨는지 혼란스러워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감정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가족의 시점이 아니라 알츠하이머 환자 시점의 영화, 신파스럽지 않은 영화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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